디지털 시대의 인간성과 사랑: 연극 ‘Distant Memories of the Near Future’ 리뷰

2043년의 디스토피아에서 유머를 찾다: 연극 Distant Memories of the Near Future 리뷰


2043년, AI가 인류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완벽한' 짝을 제공하는 미래. “사랑은 알고리즘일 뿐이다”라는 슬로건이 눈에 익기 시작한 시대. 인간과 기술이 이토록 밀접해진다면, 사랑마저도 산술적으로 계산될 수 있을까요?

Arcola 극장에서 최근 상연된 Distant Memories of the Near Future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성과 AI가 결합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연극은 인공 지능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하여 사랑과 상실, 연결과 고립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공합니다.

사랑을 탐구하는 알고리즘

이 작품의 중심에는 하나의 데이팅 앱이 있습니다. 이 앱은 전 세계의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가 특정 인물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알려줍니다. 그 결과, 인류는 이제 완벽한 상호 보완을 기대하며 데이트를 합니다. 만약, 알고리즘에 의해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면요? 이 질문은 특히 주인공 중 한 명인 '비호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실감나게 표현됩니다.

David Head는 극 중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며, 인간과 기계의 미묘한 관계를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한 인물은 사랑에 실패한 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완벽한 데이팅 앱을 개발하려 하지만, 교묘하게도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성과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또한, 우주에서 고립된 광부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이 캐릭터는 AI 기술로 인해 실질적으로 인간 사회와 단절된 상황에서 고립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극에 무게를 더합니다.

서로 얽히지만 독립적인 이야기

연극은 4가지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들은 각각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주인공인 David Head는 각 이야기의 실타래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를 하며, 이로 인해 연극은 하나의 연결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하지만 Arifa Akbar의 평가처럼, 이 각각의 이야기는 때로 서사가 부족하거나 급작스럽게 끝나는 경향이 있어 다소 ‘연결이 메시지보다 약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연극은 오랜 시간 간직했던 인류 공통의 질문, 즉 “AI가 감정을 가지는 것이 가능한가?”를, 살살 긁는 듯한 철학적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우리가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감정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사람을 모방해도, 알고리즘이 절대 대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인간 특질이 존재한다는 주제가 연극의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비주얼과 청각의 조화: 시각적 몰입

이 연극은 극적으로 '20분 뒤 미래' 같은 설정이지만, 관객을 앉힌 채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듭니다. Laura Killeen 감독은 독창적인 무대 장치를 활용해 미래적 감성을 더했습니다. 특히 인공 지능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교훈 같은 광고와 은은한 푸른 조명을 띤 행성 같은 무대 디자인은 관객을 디스토피아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리한 장치를 제공했습니다. 즉,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철학적인 질문을 가볍게 시각적인 해석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성공적인 연출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와 사랑, 그 사이의 아이러니

연극의 결말은 흥미롭습니다. AI가 신체적, 심리적으로 얼마나 인간을 완벽히 모방할 수 있든, 결국 사랑은 알고리즘으로 풀 수 없는 미스터리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예측 불허이며, 기술로 해석하기에는 그 미묘함이 너무 큽니다. 이것이 연극이 끝나며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연극은 짧지만 강렬한 70분 동안, 인간에게 있어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묵묵히 고찰합니다. 마치 AI 앱 하나로 우리의 감정까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근미래의 이상과, 이에 대항하는 우리의 꾸준한 인간답고자 하는 욕망을 그립니다.

2043년과 2024년, 그 사이에서

이 극을 감상한 후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상하게도 약간은 안심하게 됩니다. AI 기술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많은 측면에서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감정은 기계가 침범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말이죠.

그렇기에 이 연극은 마치 관객에게 속삭이듯 “기계로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있어야 인간이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듯합니다.


Distant Memories of the Near Future는 2043년의 디지털 풍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고, 변하지 않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보기 드문 연극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완벽한 사랑"이라는 개념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성에 감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관람 정보

  • 장소: Arcola 극장 (런던)
  • 공연 기간: 11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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