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버지를 AI로 재현? 로빈 윌리엄스 딸 젤다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굿 윌 헌팅>,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들. 그리고 그 모든 감동의 중심에 있던 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하지만 이제는 그 생전의 따뜻한 미소조차 'AI 콘텐츠의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로빈 윌리엄스의 딸, 젤다 윌리엄스(Zelda Williams)가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딸이기에, 가족이기에 감정적으로 반응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디지털 윤리를 위한 외침이었습니다.
"제발 그만 보내주세요" – 딸 젤다의 절규
젤다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그 AI로 만든 아빠 영상 그만 보내주세요. 아무 의미 없어요. 아빠가 원했을 리도 없고, 가족의 아픔을 희화화하지 마세요.”
그녀는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당신들은 예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병맛스럽게 가공해놓은 핫도그로 만들고 있어요.”
이 말 한마디가 전 세계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의 목소리, 얼굴, 말투까지 흉내 낸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만큼, ‘해도 되는가’의 윤리적 질문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Deepfake, 형상을 흉내내는 건 예술일까요?
실제로 로빈 윌리엄스를 흉내 낸 가짜 AI 영상 몇 가지가 틱톡을 통해 퍼졌습니다. 예를 들어 OpenAI의 'Sora 2'라는 동영상 생성 도구를 사용해 만들어진 영상 중에는, 윌리엄스가 애플 광고를 하는 장면이나, 이미 고인이 된 코미디언 베티 화이트와 함께 시상식에서 대화하는 장면까지 있었습니다.
단순한 팬 콘텐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젤다는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연기자나 아티스트는 작품 속 역할로 살아가고, 그 역할로 기억되기를 원하지. 자기 ‘형상’을 빈 깡통처럼 남겨두는 게 아니에요.”
그녀의 충격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도 본인의 모습이 등장한 AI 딥페이크 영상이 퍼지자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윤리 없는 혼돈을 낳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냉정히 말해, AI는 ‘기억을 추억’으로 바꾸는 기술이 아닙니다
AI로 돌아오지 못할 사람을 그려낸다는 것은, 과거를 되살리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지녔던 인간성, 가치, 철학, 감정을 싸구려 전망 영상에 녹여버리는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그것은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행동 방식 등 복합적인 맥락에서 오는 것이죠. AI는 이런 ‘맥락’을 완벽히 포착하지도 못 할 뿐더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짜보다도 더 진짜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로빈 윌리엄스는 생전 우울증과 싸우며도 끊임없이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그의 내면까지 AI가 이해하고 담아낼 수 있을까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질문
젤다 윌리엄스의 외침은 단지 로빈 윌리엄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수많은 유명인과 일반인의 얼굴, 목소리, 말투가 AI에 학습되고, 퍼지고, 상업적으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AI로 ‘되살리는 것’이 진정한 기억인가요, 아니면 콘텐츠 소비를 위한 자극인가요?
-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 동의는 누가 어떻게 판단하나요?
- 우리는 지금 인간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AI 기술이 무단으로 가져가게 두고 있는 건 아닌가요?
마무리며: 생성형 AI, 경계와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생성형 AI는 분명히 놀라운 기술입니다. 새로운 예술, 창작, 비즈니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죠. 하지만 그 발견의 찬란함 속에서, 인간성이라는 본질을 희생하고 있다면 그것은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을 본 떠 만든 AI 영상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혹은 우리 스스로에게 어떤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요?
기술은 발전합니다. 하지만 그 기술의 방향은 우리가 정합니다.
그러니 꼭 기억해주세요. 누군가의 인생이, 추억이, 목소리가 마냥 클립보드에 붙여다 쓰는 GIF 같이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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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윤리 체크리스트 (🔏)
- 사용된 인물이 동의했는가?
- 고인의 가족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 예술성을 주장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지 바이럴용인가?
- 제작 동기는 누구를 위한가?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만큼, 영혼을 담을 책임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존중해야 할 ‘원본의 가치’입니다.
✍🏻 글: 대한민국 블로그 콘텐츠 디자이너 X, Tech와 인문학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합니다.